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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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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창구
댓글 0건 조회 3,289회 작성일 11-01-0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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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리 도산공원에는 임방울 노래비가 있다고 하는데 못가 봤습니다.
 예술인들이 천대받던 시절 이 땅의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 했던 임방울 선생을 추모하며 이 글을 올립니다.

쑥대머리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잔잔하다가 험상궂은 사천왕상이 벼락을 치듯이 휘몰아치는 소리.
동네에서 초상이 나면 죽은 사람과 죽음이라는 관념적 의미보다는 장사지내기 전날밤이면
선소리꾼의 메김에 대메꾼들이 따라부르는 연창이 동네 고샅을 타고 방귀퉁이에 웅크리고 있는 조그만 귓전을 밤새도록 울리고 울린다.
곡조가 서럽다.
그리고 무서웠다. 사람이 죽으면 북망산이라는 곳으로 간다고 북장단에 맞추어 노래인지 울음소리인지 모를 슬프디 슬픈 소리가 이틀동안 동네 곳곳을 떠돌아 다닌다.
동네 어귀 으슥하고 외딴곳에 있는 상여집에서는 날마다 그 소리가 나오는 듯하여 멀리서부터 돌아 다녔다.
당골례 할머니의 집은 공교롭게도 상여집과 가까이 있어서 어줍잖는 학교생활 덕분에 마귀할멈으로 마음대로 형상화시켜 버렸고, 그도 그럴것이 그 할머니가 평소에 부르는 노래소리가 상여소리와 거의 같았기 때문에 죽음, 상여소리, 당골례할머니는 여지없이 같은부류로 각인되어 버렸다. 소리는 이렇게 나의 옆에 50년이 넘게 있어왔다.

1929년 9월에 매일신보사 주최 조선명창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임방울, 전남 광산출신,
25세의 작달막한 키, 약간 얽은 얼굴에 촌티나던 사람이 뱃속에서 바로 내뿜는 통성에 쉰소리와 같이 껄껄하게 우러나오는 수리성을 섞은 소리가 울려퍼지자 장내는 찬물을 끼언듯 조용해졌고, 춘향의 절망적인 심정이 절망적이던 시대상황과 정서에 맞물렸으니 여기저기서 장탄식의 추임새가 이어지고 혼신을 다해 불렀던 불후의 명곡 “쑥대머리”는 이렇게 해서 태어 났다.  이날 이후 임방울은 “천하명창”의 명성을 얻게 된다.
원래 춘향가는 춘향전을 소리판으로 끌어 낸 것인데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심연의 고독과 기다림, 희로애락, 권선징악을 우리민족의 독특한 회한의 정서와 놀음의 문화로 승화시킴으로서  다섯마당의 판소리중에서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속절없이 과거보러 한양으로 떠나버린 정혼자를 기다리던 춘향에게 새로 부임한 고을 사또는 수청을 강요하지만 그를 뿌리친 죄로 차디차고 적막한 옥방에 갇혀서 내일이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소리로 풀어낸 ‘옥중가’ 그냥 읽어 내려 가는 소설과는 달리 ‘소리’
로써 표현해 내고, 동고동락을 향유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짧은 몇줄에 올린다는 자체가 건방이다.

‘귀명창’ 으로 ‘보성소리’  ‘서편제’를 따라 인생무상을 조숙히 느낀 탓일까,
어느 기회이건 흉내라도 내볼 소박한 꿈을 혼자서 꾸어본다.
다행인지 이국땅 미국에 사숙할 소리스승을 만나서 날마다 행복하다.

            01/ 05/ 2011 

워싱턴 소리청 김은수 문하생 (www.washingtonsorichung.com)

      강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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