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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방담) --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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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워싱토니아
댓글 0건 조회 3,274회 작성일 11-06-2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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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뉴욕에서 열린 제 11회 세계국악경연대회라는 곳엘 다녀왔다.
그냥 다녀 온 게 아니라 무대에 출연해서 경연에 참가하였다.
한번 심청가에 빠진 소리꾼의 운명은 그 소리꾼만이 아는 것이라서 옆에서도 몹시 조심스러워하기도 하고 경외의 대상이 된다고들 하는데....,

고독한 외길, 악보도 가사도 없이 마주앉은 스승의 눈과 귀와 소리만으로 짧은듯 긴 숨소리 끝에 소리 몇가닥 풀어내고, 그것을 엮고 엮어서 하염없는 소리사연에 밤을 새고 날이 밝기를 몇날 며칠,
"어허 가 아니고오, '어흐어~허'
몇십번이고 반복하지만 성에 안차다. 갈 수록 목은 잠겨오고 급기야 목이 부어서 막혔는지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밀어 뚫으세요'. 단전에 힘을 주고 저산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배에서 나온 소리가 던져지도록 ' 힘껏 밀어 올립니다!'
' 크~ 허, 안되는데요.'

십수년 전 어느 즈음 ,
영화 서편제를 보고, 씨디로 집에서 한 두번 더 보고, 릴테이프로 차에 다니면서 듣고 또 듣고 흥얼거리다가  소설 서편제를 썼던 작가 고 이청준님의 고향이 소리의 고장 보성 바로 옆 동네인 장흥이라는 것, 그 장흥을 넘으면 다산초당과 도요지로 유명한 강진이고, 강진에서 우슬치를 넘으면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가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들려 오는 듯 고향 해남 들녘이 넓다.
강강수월래의 우수영을 넘어 진도아리랑의 진도에 이르기까지 혹자가 '남도문화 답사 1번지' 로 왜 여기를 꼽았는지를 의심을 둘 여지마저도 없는 곳.

남아있는 흔적만을 문화유산으로 본다면 얼마나 건조할까,
가슴과 마음으로 전해 내려오는 정신의 문화, 판소리도 그런 것임을 요즈음 몸서리치게 느껴 본다.
어느 해 봄날, 윤진철 명창이 이끄는 문화기행의 대열에 올랐다.
판소리 보성소리의 산실 회천리 도강마을에 당도한 일행앞에
'이 비는 서편제 계면조와 강산제의 예맥을 이어 더욱 기품이 있고, 성음이 분명하며 가슴 한복판 힘있는 소리로 한꺼번에 돌려 천변만화 무궁조화의 보성소리의 진원지에 .... (중략) 국창 조상현등 많은 제자를 키워 이 예적비로 기념하다' 라는 정응민의 예적비를 옆에 두고,
명창은 호수 건너편 언덕을 병풍삼아 그의 스승의 스승들이 그랬듯이 소리로 세상을 품는 기품에 한껏 매료되었던 적이 있었다.

언젠가는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게으름이 앞을 막고, 두려움이 발에 밟히고 망설임이 잡아 댕기니 마음이 설령 있다한들 삼중고를 뚫을 자신마저도 없는 터에 소리선생 김은수님을 먼발치서 보고 한걸음에 달려가 사사받기를 조아리니. 소리인생 20년을 훌쩍 넘었으니 그 연륜에 고개가 수그러 들고 만다.

하루 이틀, 한달 두달, 그냥 그려려니 따라했다.
지금 생각하니 얼마나 한심했을까, 처음부터 몰아 부치면 제대로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해 버릴까 봐 그런 줄도 모르고 천방지축 날라리가 되어갔다.
다섯달이 넘고 보니 조여 오기 시작하는데 소리가 되면 박자가 안맞고 박자를 맞추다 보면 넋두리 흥타령이 되니,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경연에 한번 도전해 보란다. '무엇을요 ?'
'시작한 지가 채 1년도 안 되었는데 어떻게,'
'다 생각이 있으니 한번 해 봅시다.'
다시 목이 부어 올랐다. 어디가 갈라졌는지 좀 쓰리기도 하다.
'왜 목을 그렇게 누르고 계세요'
상청을 내지르기 위해서는 숨을 몰아야 되고, 목을 조였다가 터쳐야 된다는 서툰 생각이 목을 다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기를 세 번, 네 번 나도 모르게 소리목이 조금씩 달라 진다는 것이다.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 강산마을에서 노래하였다 하여 강산제의 비조라고도 부른다.
정재근,정응민,성우향을 거쳐 조상현,안향련에 이르고, 이날치,김채만,박동실을 거쳐 한애순에 이르는 다른 두 유파의 한 스승이 박유전인데 명창의 부채에 다쳤던지 박유전과 이날치는 외꾸눈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서편제의 '한'을 잠깐 엿보게 한다.
김은수스승의 사부가 김영자명창이고, 김영자명창의 스승이 정권진,성우향이니
판소리에서 일컫는 소위 “쬬‘나 ”~쩨’는 ‘강산제’를 배운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경연을 며칠 앞두고, 사나흘 동안은 좀 쉬어줘야 된다고 하더니만 저녁 7시에 시작한 가다듬기가 자정을 지나고 1시가 된다.
사흘째가 되자 집사람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나이 오십 중반에 무슨...,'
결국 경연장 도착하니 대회규정에 5분씩만 하라니,
총 12분 준비 한 걸 앞대목과 뒷부분중 평소에 자신있었던, 그래서 대회전까지는 내팽개쳐 놓은 뒷부분만 경연시작 10분전에 바꾸려니 없던 식은 땀이 주루륵,
당대의 명창 신영희, 이영희, 박수관문화재등의 앞에서 오직 북채를 거머쥔 선생님만을 의지하고 섰다. 어두운 객석, 작열하는 조명, 호흡을 가다듬고 시작대목을 되뇌었다. 삼백번도 더 불러봤을 그 소리대목이 흥분했던지 긴장했던지 마지막 두 소절에서 삐그덕, ‘아차’ 끝나고 내려와서 십분이 지났는데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오전 열시에 시작한 공연이 점심시간을 잠깐 비우고 오후7시까지 이어진다.
출연자당 5분,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가 있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십년이상씩 연습한 경연자들 앞에서 갈수록 작아드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복장을 벗어버렸다. 끝날 쯤에 선생님이 단체로 사진이라도 찍도록 복장을 갖추란다.
이윽고 시상식,
‘너무 이른 시기에 상을 주면, 소위’싹아지‘가 없어져서 선생님 말씀도 안듣고 발전이 없다.  그러니 격려하는 뜻에서 “격려상”을 주노라’


201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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