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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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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창구
댓글 7건 조회 3,899회 작성일 10-05-1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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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추모제를 준비하면서 워싱턴 한국일보에 보낸 칼럼입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



일면식도 없다.
정치인들, 특히나 평생에 대통령을 지낸 사람과 먼발치에서나마 얼굴을 대할 수 있었다면
행운일 수도 있다고 가끔 생각한다. 꿈속에라도 대통령을 봤다면 로또복권 사야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을 갖게하는게 대통령의 존재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만나 볼려고 했다면 못만날 이유도 특별히 없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대통령을 만나 본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기 직전에 미국에 왔었고, 대통령을 하는동안에는 미국생활로 바쁘다 보니 임기 동안에 한국국민들이 가졌던 것처럼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썰물처럼 식어버리는 안타까움을 똑같이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던 09년 5월23일, 어느 시간대인지, 어디쯤에서 무엇을 하다가 최초로 그 엄청난 비보를 접했는지 조차 기억에 없다. 그 몇 달전에 연애인 몇 명이 잇따라 자살해서 때로는 마음이, 더 할때는 가슴이 저며올 때도 있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런 걸 막연하다고 해야하나, 눈앞이 깜깜해오고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헤아릴 수 없는 낭패감에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가 도무지 황망스럽기만 하다. 제정신이 아니어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때문에 장례기간 내내 혼자서 마셨던 기억이 오히려 또렷하다. `혼자상주` 같은 마음으로 화면속의 노란물결을 바라다 봤고, 유언을 곱십어 봤다.

한국에 갈 일이 생기면 꼭 한번 가까이서 뵐 수도 있었던, 만나보는데 겉치레 격식과 절차도 없이 그곳이 논두렁이면 어떻고, 동네가게 평상위면 어떠하리, 그런 만남들이 그리 어렵지 않게 보였고 실제가 그랬었다. 퇴임후에 정겹고 아름다운 모습의 범부로 돌아가겠다는 소박하고도 순박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한들 시비가릴 일도 아니다. 소박스런 그런 길위에 있던 당신의 바보 같은 마음을 그들은 가만두지 않았다.
당신의 이상과 꿈은 결코 꿈으로 묻기에는 너무나 고결했고, 우리들 조차도 기우할 정도로 파격이고 기결이 너무나 분명하였기에 많은 국민들이 숨차했던 행복한 고민의 한시대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이런 다수의 행복을 그들이 천박하게 질시하는 것은 어쩌면 숙명이었는데 말입니다.

당신이 있어서 민족자존이 어떤 것인지를 보다 뚜렷하게 체험할 수 있었고,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꿈과 미래를 희망할 수가 있었답니다.
평생동안 사회과학 서적하나 제대로 들춰 볼 여유가 없이 통속적 신문의 큰글씨 몇자 속에만 빠져서 허우적대고있는 우리들에게 `균형과 견제`, `건강한 국가사회와 가정,`  나아가 `민족과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굵고도 명쾌하게 향도하셨고, 가야만 하는 길이지만 아무도 가기를 꺼려했던 가지않는 그 길을  홀연히 걸어가도록 바라다만 보았던 자괴감이 오늘의 우리를  이렇듯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떠나고 나서야 당신의 큰 그림자가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어찌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불감당으로 여겼던 식민36년도 헤쳐왔던 우리입니다. 부패독재와 결연히 맞설 수 있었고, 두번에 걸친 군사쿠데타도 고쳐 잡았던 우리들입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영부인이 받은 미소의 후원자금 마저도 양심에 허용되지 않았던 그 모습을 금세기에 어느국가, 어느사회, 누구에게서 기대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
그래서 우리는 향후 100년내에는 만나기 어려울 민족적 지도자로 당신을 기억하려는 것이다. 그가 남긴 유산이 “노무현 정신”으로 화려하게 부활되고 있는 현장을 담아본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열망하는 것이다." ( 이해찬 )
"국민에 대한 무한 신뢰, 소통과 화합의 정신이다." ( 한명숙 )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특권•반칙없는 사회를 위한 투쟁이다." ( 문재인 )
"의로움과 이로움이 충돌할 때 의로움을 위해 이로움을 버릴 수 있는 삶의 자세다."  ( 유시민 )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물려줍시다." (2002년 민주당대선후보 수락연설)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탈권위, 자율의 가치와 정신을 실천하다." ( 정연주 )
"또 다른 세상을 향한 포기하지 않는 원칙이다." ( 박원순 )
"원칙을 지키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 깨어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자." ( 도종환 )


워싱턴 사람사는 세상 회원
강창구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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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님의 댓글

이종화 작성일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그를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열렬히 지지해 보았습니다.
그가 대통령이던 5년 내내 대한민국 국민임이 뿌듯했습니다.
그가 봉하마을로 내려갈 때.. 아~ 정말 저렇게 사는 대통령도 있구나..
뉴스로 접하는 그의 너무도 소탈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모든게..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만날 수 없다는 게 지금도 슬프기만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그를 느끼고 싶어.. 다시 봉하마을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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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님의 댓글의 댓글

강창구 작성일

우리 회원 단우님들이 왜, 언제부터 이렇게 조용하고 점잖으셨는지요,
광주흥사단이 무슨 권위주의할아버지가 뒤에 있나요 ?
실천이 생각보다 쉬울 때가 많습니다.  너무 숙고하기만 하는 걸 도산은 원치도 바라지도 않았지요,
역행이 없는 무실은 비겁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6개월간을 지켜보고 있는데 혼자 댓글 달고 있다가 이상한(?) 생각도 문득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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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순님의 댓글

장금순 작성일

글쎄요~ 생각이 더 깊어집니다.

오늘은 광주활동가들과 5.18국립묘역으로 참배다녀왔습니다.
그곳도 웬지 썰렁한 분위기였습니다.
어제도 미리 다녀갔는지 방문자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초심처럼 변치 않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암튼 많은 사람들이 우리 홈페이지를 방문해주기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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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님의 댓글의 댓글

강창구 작성일

연세가 깊어지면서 더욱 바빠지시니, 멀리서 보기에도 무척이나 아름다우세요.
마음은 있지만 항상 같이하지 못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가 멀리서 무슨 어리광인지, 바랍잡인지 이렇게 웹에다 댓글  올리는 게 괜찮는 것인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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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순님의 댓글

장금순 작성일

방문 환영입니다~
작년에 홈피를 새롭게 단장한 뒤로 광주흥사단 홈페이지 방문자가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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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태님의 댓글

최영태 작성일

강창구 단우 오랫만이네. 댓글을 보면서 늘 반가운 소식 전해듣고 기뻣는데 한번도 소식 전하지 못해 미안. 댓글을 단다고 마음만 먹고 실천을 못했지...게시판이 개설되어 좀더 긴 그대의 글을 접하게 되어 더욱 기쁘네. 글을 통해 느끼는 기분으로는 옛 모습 그대로인것 같아. 활달하고 에너지 넘치는 그 모습....
자네 말대로 노무현 대통령 1주기가 오늘이네. 금남로에 추모 장소가 만들어져 오늘 오후에 들려볼 생각이네. 사실은 어제 들리려고 했는데 정재윤 교수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한 후 갑자기 최혁희가 자기 집에 가서 차한잔 하자는 통에 몇 분 단우님들(최대봉 단우, 영석이 형 형수, 홍식이 형 부부, 홍덕기 교수, 장금순 선배, 장안나 선생 , 성낙준 관장 등)과 함께 혁희집에 가서 차 한잔 했지...장성 진원면에 전원주택을 마련하여 살고 있거든. 거기서 두 시간 가량 담소를 나눈 후 헤어지기 위해 일어서는데 그곳에 있던 홍식이 형 부부가 화순에 있는 처가댁 고가 이야기를 꺼내고, 그러자 기분파 혁희가 당장 그곳에 가자고 제안하여 또 그곳으로 가게 되었지. 100년 가량 된 고가인데 사랑채만 남기고 본채는 현대식으로 새로 지었더군. 그런데 옛 고가의 기둥과 목재 등을 활용하여 지어 특별한 느낌을 주었네. 아주 좋은 별장을 발견했지. 물론 홍식이 형 처가댁 소유이기는 하지만. 거기서 차 한 잔 하고 .밖에 나와 저녂 대접받고 그랬지.. 노무현 대통령 추모 이야기에서 갑자기 삼천포로 빠졌는데 좀 약올리는 글은 아니지?
삼천포에서 돌아왔는데 오후에 추모제 가려는 계획은 그대로이네.  작년 이 때의 분위기에서 많이 변화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 담겨있는 분노와 애도의 마음은 그대로일 것으로 생각하네. 여하튼 자네가 그곳에서 우리와 똑같은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 그러면 그렇지 ! 하는 생각을 했네. 
앞으로도 종종 좋은 글 써 올려주기 바라네. 항상 건강하기 바라면서

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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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님의 댓글의 댓글

강창구 작성일

거수,
워싱턴 DC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옛날로 치자면 남북전쟁당시  전선을 이뤘던 곳이 포토맥 강 입니다. 여기에서도  22일밤, 23일밤  이틀에 걸쳐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서 각각 추모제를 마쳤습니다.
만감이 있는데, 도산선생님께서 물을 주어 민족을  생장시켰다면 팔을 벌려 열매을 맺게하는데에 노무현 정신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곳 소식도 사진을 곁드리면 보다 생동감이 더할 텐데 .....,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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