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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치는 사람, 박수받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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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창구
댓글 0건 조회 3,352회 작성일 10-11-0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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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치는 사람,  박수받는 사람
 


나는 박수를 잘 친다.
박수 칠 일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가급적 박수를 친다.
멀어서 들리지 않을 상황에서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친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릴테이프의 안쪽처럼 기억에는 없는 일이지만 들리는 말로는 어렸을 때 3번정도 죽었다 살아났다고 한다. 그래서였던지 항상 허약했고 가을운동회날 기마전 청백전에서 등에 대장깃발을 단 우리동네 병희는 일생에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
몸이 따르지 않으니 자신감은 커녕 누구와 부딪칠까 염려하는 세월속에서 어린시절을 났다.
중학교에 진학을 했어도 키는 작아 앞줄이오. 아래학년의 키큰 애들도 버겁게 느꼈다.
공부는 한다고 했는데도 중3때 3개월을 아파 누워 있었으나 용케도 광주로 진학을 했던 게 다행이었다.
16살되었지만 지몸하나 갖추지 못한 아들을 김치동이 들려서 버스로 다섯시간 거리를 혼자 자취방에 남겨두고 돌아섰을 아버지를 생각해 본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가 없었다.
 
밤에 전기불이 있는 광주였지만 밤에 나가면 깡패 만난다고 귀에 못이 박혔으니 연탄불에 밥해먹고 나면 문풍지 우는 처마밑 쪽방 이불속에서 어머니를 그리며 웅크리기를 여섯달,
15원에 타는 시내버스는 어떤사람이 타는지 몰랐어야했고, 사거리 신호등에 늘어선 예닐곱 차량의 행렬이 대도시 수돗물세계에 함께한다는 우쭐감을 부풀게 한다.
어쩌다 친구따라 개봉관이던 무등극장엘 갔다. 입장료가 10원짜리 단체관람에 비해서 학생조조할인인데도 40원이나 했다. 영화가 끝나면 화장실에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보고 하기를 몇번, 밖에 나와보니 어둑어둑하다. 배가 고팠지만 배고픈 줄도 모르고 봤던 영화 ‘정무문’,
학교 태권도반에 당장 등록하고 인생을 고쳐버리자 다짐한다.
머릿속에 온통 이소룡의 돌려차기, 스냅과 기합, 예측불허의 고난도 발차기밖에 없다.
붉은띠를 두르면 ‘뵈는 게 없다’ 정말 그랬을까?
검은띠 승단심사를 얼마 앞두고 친구와 집부근 골목길을 가는데 불량끼 있는 여학생 3명이서 만만하게 보였던지 시비를 하는가 싶더니,  저쪽 골목에서 츄리닝 입은 깡패(?) 3명이 뛰쳐 나온다. 순하디 순한 기동이는 저만큼 물러있고,
 3:1,  병원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엄청나게 깨져 버렸다.
젊었을 때 몇차례 개인적인 격투(?)가 있었지만 그뒤로는 한번도 져보지 않았다.
물론 상대를 골라 가면서 했겠지만……,
 
체력이 바뀌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명동 부잣집 골목들을 날마다 걸어다니면서 어떤 사람은 시골에서 농사만 짖고 사는가,
인접한 명문 전남여고생들은 졸업하고 대학교라는 곳을 간다는데,
내 가방속에는 영어책, 수학책 대신에  제도기, 실습복, 공구들만 들어 있고, 그나마 수업 끝나면 운동하고,  이대로 2년후면 뭐가 내앞에 놓여지고, 나는 어디에 있을까 ?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전남여고옆 대입 청산학원에 찾아갔다. 아는 게 있고 배운 게 있어야 따라가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닌가, 학비외의 추가지출이 시골에 있을 네동생과 부모님이 아른거린다.
첫해 대입 예비고사에서 커트라인에서 탈락했다.
이듬해 우여곡절끝에 대학에 붙었다. 남들이 하는 서클에 들어갔다.
멤버들이 학습적 측면뿐만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재기재능이 다양하고 특출나서 말한마디 내뱉는데에 반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남들 모두 한다는 고등고시 1차문턱도 들어서 보지 못했다.
 
이게 뭔가,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나이 30이 다되어 가도록,
박수받고, 갈채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은 별종같아 보인다.
결혼을 하고나니 나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생기고 숫자가 늘어났다. 잘해서도 있겠지만 잘못해도 박수쳐주는 사람들, 바로 가족이었다.
 
높은 경영진의 문턱앞에서 좌절하는 것으로 한국에서의 직장을 접었을 때도 그들은 내게
마음의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거의 무조건, 무계획적인 이민 결정과 떠나기 보름전에서야
 “아빠와 같이 떠나자” 했을 때에도 두려움과 망설임을 속에 묻고 마음속에서 박수를 보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보내주는 응원이 무엇인지를 안다.
진정한 마음에서 박수를 보내지 않으면 박수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도 함께 공유하면서.......,
 
오늘도 아주 조그마한 일에도 박수를 보낼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값싼 동정의 박수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이론도 나의 박수로 묻고 가고자 한다.
 
 
                                    201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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