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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을 꼽지나 말든지 하루라도 쉬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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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창구
댓글 2건 조회 3,039회 작성일 11-05-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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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을 꼽지나 말든지 하루라도 쉬든지...,

그날만은 주름진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살아난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누구에게서 받아서 앞가슴에 매달았는지 모를 분홍색 모조 카네이션이 덩그렇고 크다.
그리고는 다시 엎드려 일을 하는 손놀림이 바쁘기만 하시다.
건너가게 할머니는 두 개나 양가슴에 달고서 카네이션처럼 싱글벙글하신다.
그날은 단지 꽃하나 달았을 뿐인데도 사랑이 넘치고 은혜가 풍성하다.
날마다 기리고 생각하는 것이 자식뿐인데도 그날만은 자식이 어머니를 그려보는 날일 것으로 여겨지시니 그럴 수밖에, 그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을까 !
하루 더 일하신다고 그 팔자가 늘어질 것도,
하루 좀 쉰다한들 어디 폭삭 망해 버릴까만은 이 땅의 모든 어머님들은
그 하루도 편히 쉬는 게 죄스럽다.

'먹고, 자고, 일하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먹고 자고 일하고',
안 먹으면 죽으니까 그렇고,  못자면 일을 지속 할 수가 없으니 먹고 자는 것은 생물학적인 삶에 지나지가 않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하는 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일 속에 파묻혀 살았던 그 일들을 하면서 오직 머릿속에 바램은 '자식들의 미래', 지금의 자신의 상황과 처지보다 진일보 된 모습의 투영, 그 가느다란 희망을 놓지 못하고 끈질기고도 모질게,
어쩌면 눈을 감는 순간까지 붙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살아보니 그렇다.
자식들을 낳아 기르면서 점차 나이가 차고 독립시켜야 될 시기가 도래하면서 내가 저 나이 때에 가졌던 부모님에 대한 생각과 지금의 내자식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좀 얄팍한 계산도 해 보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그 두께가 얇아져 버린 부모 자식간 마음의 두께를 단지  세태랄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도 그럴 것이 저들의 앞날에 드리운 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벽들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들을 잔뜩 느끼고 있을 그들이기에 부모 돌아 볼 시간 있거든 
재네들 앞길만을 재촉해야 했던 30년전의 어머니가 문득 내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안다.

그렇다.
신자유주의,
자본권력을 앞세운 새로운 패러다임이 알게 모르게 벌써 가정의 부모 자식사이에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탈락에 대한 공포, 승자독식, 패자부활전이 없는 인생, 무한경쟁,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나 순진하게 살아온,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며 이 거대한 파도를 뛰어 넘을 재주를 못 가르친 회한과 구명보트하나 그들 앞에 던져줄 수 없는 초라한 모습에  가슴에 달아 준 카네이션 꽃이라도 감지덕지 할따름이다.
꽃을 달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30년전의 그 가게 할머니의 미소마저도 그립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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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님의 댓글

이미정 작성일

강창구군~ 보고싶어요~ 조대780이미정(이춘자)입니다. 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글속에 늘 따뜻한 사랑의 시선이 있어 참 좋아요~ 최근 가요계의 마지막 한사람만 남는 써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한편으론 재미도 있지만 너무 경쟁만 부추기고 1등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네요~ 언젠간 얼굴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겠지요?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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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님의 댓글의 댓글

강창구 작성일

참 많은 동지회원들이 그립네요.
이렇게 안부해주는 이춘자군이 반갑고, 웹사이트 사진 보니 얼굴도 그대로네요.
댓글로라도 안부받고(?) 싶고, 단소 생각도 나고, 선배님들도 생각나고 그럽니다.
무지 반가울 것 같은데.....,
고마워요 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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