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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방담) -- 유정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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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워싱토니아
댓글 0건 조회 3,377회 작성일 11-06-2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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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리

떠나봐야 천리길,
그 천리길이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아들 손을 잡고, 감자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그 어디인지 모를 유랑의 길에 어린 아이를 아장거리고 떠나는 젊은 엄마에게 무슨 곡절이 깊었을까?
앞길이 구만리 같았을 그녀의 길을 '유정천리'라고 했다.
모택동이 홍군 5천을 이끌고 장강협곡을 굶어가면서 1만 팔천리 '고난의 행군'을 했다던데, 특수부대시절  '천리행군'도 유사한 의미의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암시해 준다.

착하디 착한 나의 파트너 레옹, 멕시코에서 건너온 그는 큰키에 다부지다. 영어가 완벽하다.
영화'레옹'에서 주인공은 냉혈이 뚝뚝 떨어질듯 무표정에 섬뜩한 살인을 저지르다가도 짚시소녀에 대해서 만은 형언키 힘들만큼 인간으로써 애정을 갖고 궁극에는 삶의 목적으로 까지 집착하는 양면을 보이지만 나의 종업원이자 파트너 레옹은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르다.
세컨스토어 메인(부 메네저)인 탓에 오피스안에서 이야기 할 기회가 잦다.
타이어 파는 개수에 관심을 보이자 이익이 남든지 말든지 싸게 많이만 팔고나서 오늘 25개 팔았다고 허옇게 웃는다.
뒤늦게 들어 온 머리 좋은 친구가 분명히 뭐라고 놀리는데도 오히려 그를 감싸고 돈다.  보고라인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
창조적인 일은 못하지만 하라는 일과 한번 해봤던 일은 골잘 한다.
가게를 비울 일이 있을 때에도 레옹이 있으면 안심이 많이 된다.
주급이 $550이니 많은 편은 아니지만 팁이 하루 10불이상이 되니 혼자 몸으로 크게 부족할 것 같지가 않다.

어느 날
출근시간을 8시에서 7시 30분으로 당겼는데 레옹만 8시에 나왔다.
그 이틀도 삼일째 되는 날도 여전하다. 안으로 불러 들였다.
차가 없어서 제시간에 못 나온단다.  '왜 차가 없느냐?' 돈이 없단다.
'왜 돈이 없냐, 네 돈 어디에 있냐?'  왜 그런 걸 묻느냐고 한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순간 머리가 따뜻해져 온다. 요즈음에 제발 채용해 달라는 친구들이 하루에 2~3명씩 지나간다.
태연하다. 지난 2년동안 한번도 해고당한 걸 본적이 없어서 이러는가,
그러면서 걱정하지 말란다.  2주후면 제시간에 올 수가 있다니....,

다른 친구에게 가만히 물었다.
'요즈음 레옹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 없지 ?'
결혼할 여자가 있단다.
'What ?'
'Who with ?'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자인데 변호사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집도 있단다.
차도 럭써리카를 타고 다닌다니,
아,  그래서 요 며칠전에 휴가 다녀 오겠다고 했었구나.

레옹을 불렀다.
결혼하겠단다. 그녀에 대해서 잘 아느냐 ?  'Sure' 대답한번 시원하다.
딸린 애들이 셋이 있는데 9살,5살,2살 이란다. 괜찮느냐?  ' No problem'
애들 아빠가 제 각각이다.
첫째아빠는 총기사고, 둘째는 모르고 셋째는 엊그제 일 끝나고 결투를 해서 끝장을 봤단다.
바로 지난주에 휴가에서 돌아왔다. 애들 맡겨 놓고 둘이서만 4박5일 동안,
없던 촉기가 더욱 없어져서 돌아 왔다.
바깥이 요란해서 나가 봤더니 코피를 쏟아내고 있는 레옹의 옆에서 다른 두 녀석들이 낄낄거리고 있다.
하루에 몇번이나 갔느냐고 물으면 사실대로 말할그이지만 묻지 않았다.

천리길 같은 결혼을 말려야 되나
말린다고 그렇게 할 그도 아니다.

2011.  6.  22

저를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필요할까 봐서 이메일 주소 드립니다. kachku @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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