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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포도가 열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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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창구
댓글 2건 조회 4,347회 작성일 10-06-0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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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에 포도가 열리다.

 

“그럼 포도나무에 땡감이 열릴 줄 알었냐 ?”

3년전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글제목을 보셨다면 당박에 역정을 내셨을 것이다.

꽃씨를 뿌릴것인가, 꽃모종을 사서 심을 것인가, 꽃을 살 것인가,
채소 씨앗을 뿌릴 것인지, 채소모종을 할것인지 매봄마다 고민되는게 미국의 단독주택생활이 가져다 주는 작은 행복이다.
모두가 아다시피 한국의 도회가정에서야 꽃과 채소,과일을 재배하고, 씨를 뿌린다는 게 여간 생소한 말이 된지 오래여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그의미를 묻는 것 자체가 부질없게 된 지가 이미 오래다.

대게의 미국집들은 카운티의 조닝과 커뮤니티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건축허가가 나고, 거기에는 이웃집과의 이격거리와 입주자의 편의적 공간을 위해서 집주변에 여유공간들이 많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미국가정에서는 잔디와 나무, 그리고 울타리 조경과 나무주변정리를 하고 건물주변으로는 화단을 조그맣게 만들기도 한다.  아내는 일찌기 조경을 전공했고, 나무와 꽃에 대한 조예가 나와는 비 할 바가 못된다.

그렇더라도 삽자루 쥔놈이 십장이라고 심고 뿌릴 때마다 다툼이다.
 흙을 모르고 앉아서 그림으로 화단만드는 것 보다는 꽃한송이 사와서 화병에 놓는게 실용적이고 편리하겠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고, 나 같은 사람과는 말할 상대가 안된다는 판단인지 이나무 저꽃씨를 사다 나른다. 
문앞에 사다놓은 나무나 화분을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심어 놓는 일은 당연하게 나의 몫이지만,
 다음날이면 여지없이 다른곳에 심어져 있기가  다반사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그렇지만 꽃씨를 뿌리거나 채소씨를 뿌리거나, 또는 작은 묘목하나를 심어 놓더라도 거름주고, 물주고 돌보지 않으면,  죽거나 시들다가  간신히 살아나더라도 심을때의 기대에 비하면 형편없게 마련이다.
사가지고 온 마음에다가 키워나가는 보람을 다치게 하지 않게 하려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지지대 세워주는 일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 때 마다 저놈의 상추 그돈 주고 사다 먹었다면 먹다가 죽고도 남겠다는 투정도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나도 모르게 잦아드는 건 키우는 보람, 커가는 기쁨이 여간아니다. 무심코 사다가  입에 넣는것과는 닿는 감촉과 맛이 사다가 먹는 것과는 비할 바가 못된다.

3년전엔가 그게 풀도 아니고, 죽어비틀어진 나뭇가지 몇 개를 화단 모퉁이에 아내가 심고 있었다.

“그게 뭔데 ?”  “또 뭐라 할려구,” 대답이 없다."
알고보니 포도나무 묘목 4그루를 심었던 것이다.

이윽고 싹이 돋고 잎이 피어나고 넝쿨이 힘차게 뻗어 나갔다. 지지대가 없는 꽃밭에서 포도나무가 자라나고 설땅이 마땅치 않아서인지 아내는 한그루를 놀러 온 친구부인에게 건네주고 세그루를 옆집울타리로 옮겨 심었다.

한해가 지났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뻗어나가는 왕성한 잎사귀만 있을 뿐,
해가 바뀌었다. 두송이의 포도가 포도나무임을 겨우 알리고나니 그것도 여물기도 전에 토끼인지 다람쥐가 훔쳐 달아났다.

그리고 올해가 3년째다.
헤아릴 수 없는 조그만 포도알갱이들이 가지가지마다에 주렁주렁이다. 작물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열려도 너무 많다. 속아내면서도 기분이 좋다.

 

이것이다.
자연의 섭리가 가르치는 숙성의 원리이자, 진리다.
이 위대한 섭리들을 사람이 감히 얄팍하고 간사한 마음으로 이루어 낼 수가 있다는 말인가.
우리들의 아주 조그만 꿈들도 3년전에부터 소망했던 결실들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정도로 둔하게 살아왔다.

2012년은 김대중,노무현대통령의 3주기가 되는 해이다.

그러고보니, 씨뿌리고 모종하기에 또 다시 바쁘지 아니한가,  우리들은 젊은 그들과 함께 !!!

 

                    2010.  6.  1

 베데스다 울타리에에서

                                          강창구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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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태님의 댓글

최영태 작성일

강단우의 에세이가 갈수록 재미있어지네. 전남대학교에도 교직원 게시판에 오래 전에 정년 하신 범대순 교수님이 정례적으로 글을 올리시는데 고정 독자가 많아. 강단우의 글도 광주흥사단 게시판을 활성화시키는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 같아. 그리고 포도송이가 탐스럽게 보이는데, 미국에 가면 강단우 집에 꼭 한번 놀러 가고 싶어.

지난 일요일에는 백아컵 대회가 조대여중 운동장에서 열렸어. 김진구 단우, 장갑수 단우 등 많은 단우들이 모여 옛날 이야기 하면서 두시간 가량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 김진구 단우의 구수한 입담에 참석자들의 폭소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어. 김영채 단우의 명태에 이어 이미정(이춘자)단우와 장갑수 단우가 번갈아 노래를 부르면서 옛 추억을 화제거리로 삼았는데, 이미정 장갑수 단우의 대회 속에 약간 아슬아슬한 장면들까지 곁들여져 재미 만점이었네.
 
오후에는 한창진 단우가 여수지역 교육위원으로 출마해서 박만규 단우, 김영채 단우와 함께 여수로 격려 방문 갔었는데, 간 김에 김환규단우, 권향년단우와 오랫만에 통화를 했네. 조만간 여수 지부를 부활시키자고 권유하고 있는데 잘 될 것 같아. 오늘 저녂 한창진 단우에 관한 좋은 소식이 전해지리라 믿으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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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님의 댓글

강창구 작성일

무슨 신변잡사가 역할을 하겠습니까, 배려의 발걸음이 감사할 뿐이지요.
백아컵에 같이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많은 단우님들 정겹고 그립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정의 돈수입니까.
한단우님 좋은소식 바라구요, 제가 알기로도 많은 단우님들이 동부6군에 계시니 원하시고 바라는 일이 꼭 되기를 워싱턴에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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