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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사니 ?



딱 부러지게 가슴만으로 사는 사람을 우리는 식물인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인간사망의 의학적 최종 판단은 심장박동여부로 결정 한다. 그래서 심장은 뛰고 있으나 사람노릇은 고사하고 두뇌활동이 거의 없거나 미미해서 움직이지도 여타의 사회활동을 할 수가 없는 상태의 인간을 우리는 그렇게 부르고 있다.
거기에 비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죽을 때 죽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죽는다고 한다.
그걸 보면 심장만 가지고 사는 것도, 머리만 가지고 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새삼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머리로 사는 사람은 대부분 ‘진보’ 안한다.
밥 나오고 돈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원히 이상일 수밖에 없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넓고도 평탄한 길을 두고도 ‘좁은문으로 들어가라’는 예수님 말씀처럼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을 읽으면서도 감흥이 없는 바싹 마른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결과와 끝이 언제 일지도 모르는 ,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한 일임을 알면서도 그걸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 이들이 ‘진보’를 한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철딱서니 없고, 미친 짓으로 밖에 보일 수 없는 게 진보의 실체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이 비지니스를 하면 십중팔구 크게 성공하지 못한다.
가끔 성공하기도 하지만 무척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돈 안되는 일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은 밥이나 돈보다 더 고귀한 것에 인간의 가치와 보람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살아오면서 느껴 보건데 후회되는 상당히 많은 일은 대부분 머리로 결정한 일들이었다.
가슴으로 세상을 보기란 이렇게 힘들다.

반면에 머리로 하는 일은 즉흥적이다.  가볍고, 깊이가 깊지 않다.
자기중심적이어서 주변이나 상대방에 대한 생각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부족한 게 아니라 안한다.
그러니까 이웃을 돕자고 해도 겉으로는 따라하지만 자신에게 부질없는 일이라 걸 금방 알아채고 저만치 물러나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의리, 원칙, 사명, 이런 건 없다. 머리 복잡해지는데 가지고, 붙들고 하고 말 것도 아니다.
유난히 정치권에 그것도 기득권정단에 철새정치인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인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기득권 언저리에서 빙빙 도는 단체나 사람들은 아예 몸에 베이고 철학으로 굳혀져 있어서 ‘진보’하는 사람들이 별종 같아 보이고, 한편으로는 두려워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질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고 지레 겁낸다.
머리로 생각하면 통일을 해야 할 이유가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도저히 통일로써 얻어지는 그림이 별 로 안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통일을 입에 물고 산다. 통일이 되고 안 되고는 그들의 마음에 애당초부터 없다. 그런대도 계속 겉으로 그러는 것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당장 이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걸 '소신'이라고 덮고 지나가는 데 도가 텄다.

역대 대통령중에 이승만,박정희,그리고 많은 친일 기회주의 정권이 머리, 잔머리로 세상을 사는 전형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거의 머리로 하는 정치가 이겨 왔다. 그리고 아주 가끔 가슴으로 이 나라를 울렸던 때도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들 손으로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해 보지 않았던가,
내가 좀 더 배고파지더라도 우리 사회에 정의가 흐르고, 책에서 배운 아름다움이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

'진보'까지는 아니래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나 오늘도 이렇게 산다.



화씨 106도, 섭씨로 39.5도가 넘는 날(7/7/12) 글랜버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