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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오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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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창구
댓글 2건 조회 3,792회 작성일 10-07-1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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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오면 가네


산을 좋아하거나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산을 오르는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거창한 목적도 별무신경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처럼 한번 나갈려면 준비와 절차가 복잡한 사람들은 우선 가서 요기 할 먹거리나
사진기 갖추느라 새벽부터 부산하다.
때문에 높은 산이든 야산이든간에 혼자서 산에 가는 일은 거의 없고, 그것도 일행이 많을수록 산에 가는 묘미가 크다고 하는 비뚤어진 생각까지 한다.
이유야 어떻든지 한국의 남한 일대의 높은 산들은 거의 올라 봤고, 이곳 미국의 쉐난도우
국립 공원에 있는 애팔래치안 등성이에 발자국도 많이 남겼다.

보통 산행이 시작되면 산길이 평탄한 길도 가끔 있지만 비좁고 거칠고, 그래서 숨차고, 오르내리막에 굽진 그 길을 오르 내리면서 각기 많은 상념도 하지만 아무 생각도 없이 오를때가 오히려 더 많았던 기억이다.
그런데 산에 갈 때마다 잊혀지지 않는 일화가 하나 있다.
진도에서 올라 온 친구였는데, 그의 말에 따르자면 평소에 산을 싫어하고 말것도 없이 국민학교 때 뒷동산에 소풍 다녀 온 게 전부요,  해군으로 병영생활을 마쳤다는데,  회사에서 교육과 단합목적상 실시하는 산행이 속도와 낙오규정이 없을리가 없던 터라.
30명씩 1개조로 출발을 하게 되어 중간쯤 가다보면 앞선자는 더 빨리 올라가고 뒤따르는 자는 같은 거리를 똑같이 따라가는 데도 두배로 힘들다.
가다가 몇차례 나누어 쉬어가게 되는데 이때 너무 많이 쉬게되면 오히려 탄력을 잃고 더욱 힘든 산행이 될 수가 있다.
앞서가던 그룹이 잠시 쉬는 동안  뒷그룹이 도착하자마자 또 앞그룹은 출발하고를 반복하니
뒤따라 산행하면 심리적으로 더 힘이들고, 그럴때마다 이 친구 가뿐숨을 몰아쉬면서 외마디로” 나만 오면 가네”  하고는  풀석 주저 앉기를 수차례,
그날 이후 그의 별명은  좀 길지만 “나만 오면 가네”로 정해지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이의 기억에 회자되고 있는것이다.

30년도 지난 70년대 중반 `몬도가네`라는 아프리카 종족을 대상으로하는 다큐멘타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볼거리가 귀했던 그시절에 이름도 생소하고, 듣도 보도 못한 별 희한한 장면이 입소문을 탔고, 급기야 학교에서 단체관람하기에 이른 영화,
아프리카의 신비스러움과 미개한 생활상을 그대로 화면에 담아서 세상에 알렸던 영화이다. 줄거리가 있었던지는 기억이 없다. 상상를 초월한 비문명과 잔인함, 또는 참혹함이 화면 가득했는데 그 영화를 볼 당시에 느낌은 발가벗은 흑인들과 옷을 입고 생활하는 우리들과는
천양지차라는 어줍잖은 우월감들을 가지고 극장문을 나섰고, 징그럽기까지 한 그장면들은 상당기간 기억을 지배하면서 `대단히 행복한 나라에 태어난 나 자신의 공짜행복과 죄없는 불행` 사이를 저울질 하는 못된 버릇을 갖게 되었다.

`나만 오면 가네`, `몬도 가네` 억지스러움이 있지만 시간상으로 늦다는 공통점이 공교롭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시대에 뒤처지거나, 상황판단이 둔해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것을 타임레그(time-lag)현상이라 한다. 주위에는 가끔 그런 사람들도 보이지만 사회현상, 그중에서도 국가정책도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지도자에게는 불필요한 재정낭비는 물론이고 시행착오적인 행정낭비를 최소화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비젼과 혜안이 요구되고 있다.
중후반에 들어선 현재, 행정부 및 청와대의 조직개편만 보더라도 95%이상 전정부시절로 되돌아 갔다. 과거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도 시대 역행이라 하겠으나 창조라는 미명하에 모조리 뜯고 부수고, 새로 만든다면 전통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거기다가 무슨 목숨 걸고 개국했다고 한쪼가리도 안되는 자리다툼으로 국민세금 써가면서 아까운 시간들을 낭비하고 있는 저들은 어느 세상에서 살다 온 작자들인가.
가관이 넘쳐서 기가 찰 노릇이다.

끝으로, 이탈리아 감독이 찍은 이 영화,  몬도가네(mondo cane)라는  말은 이탈리아 말로  `개 같은 세상`을 뜻한다고 한다.

2010.  7.  14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강 창 구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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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님의 댓글

이종화 작성일

우리는 생각해 볼 시간조차 여유조차 기회조차 갖어 본 적 없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종교요 진리였습니다.

"빨리가라  그리고 앞서가라"

그런 삶에..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었습니다.

바로.. 왜?

우리 삶을 지배해온 그 빠름의.. 그리고 앞서감의 불안과 공포도

인정한다 치더라도.. 한가지 모순이 더 숨어 있습니다.

바로... 줄맞춰가라!! 그 질서와 조화의 아름다운 미학같은 논리도..

뒤집어보면.. 누군가는.. 항상.. 뒤에서야 하고.. 누군가는 앞서갑니다.

그것이 바로.. 계급아닐까요? 뒤에 가던 사람이 앞에 나서려면..

그만큼.. 기회의 폭은 넓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걷는 이길은..

한사람 겨우 걸을 너무도 좁은 길입니다. 함께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앞사람 넘어지면.. 밟고 넘어 앞서가라가 아니라..

함께 걸어도 넉넉한 넓직한 길을 만드는 일 아닐까요..

글 읽고서.. 손 가는 데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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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님의 댓글

강창구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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