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마당

단우게시판

정영일 단우 경향신문 기고문- '5·18기념재단이 바로 서야 5월이 바로 선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
댓글 0건 조회 2,115회 작성일 17-02-20 12:39

본문

- 경향신문의 2017년 2월 6일자 칼럼 '5·18기념재단이 바로 서야 5월이 바로 선다' 에서 옮김 -
기사입력 : 2017.02.06 20:44:02 수정 : 2017.02.06 20:46:20




                                          5·18기념재단이 바로 서야 5월이 바로 선다


                                                                                          정영일 |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5·18민주화운동이 다시 우리 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진실이 왜곡되고 은폐돼 심지어는 북한군 투입설까지 공공연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1980년 5월의 진실이 하나둘씩 미국의 비밀문서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시민들을 향한 헬리콥터에서의 기총소사가 사실로 밝혀졌다.
 
1980년 5월에서 1987년 6월항쟁으로, 그리고 비록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민주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된 역사도 5월의 희생 위에서 맺어진 열매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극도로 어수선한 시국에서 5월의 민주주의와 역사성을 키우고 발전시켜야 할 5·18기념재단이 정작 5월의 가치를 훼손하고 ‘민주·평화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고 사는 광주시민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따지고 보면 5·18기념재단을 둘러싼 문제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그동안 곪아오던 고질적인 내부 문제들이 터져서 오늘날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이미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재단은 오래전부터 내부 감사보고서에서조차 연고주의와 가족주의, 낡은 타성과 관행을 수차례 지적받아 왔다. 재단의 공식 기구가 이 같은 비판을 반복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직원을 회유하거나 협박해 재단의 비리를 감추려는 시도를 해왔다. 심지어 광주시의 감사가 진행되는 순간에도 5·18기념재단은 전혀 반성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의 5·18기념재단은 스스로 자정할 능력마저도 없는 것 같아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5월은 명예가 아니라 멍에이고, 이권이 아니라 채무이자 희생이고 봉사’라는 1994년 창립선언문이 무색할 정도이다.

시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나란하게 서겠다는 다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성금으로 창립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5·18기념재단은 소수의 인사들에 의해 사유화되는 바람에 시대의 아픔과 만나는 광장이 되지 못하고, 깨어 있는 시민들의 든든한 동지가 되지 못한 채 고립돼 있다. 스스로 특권의 밀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재단은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내부 규정까지 바꾼 것으로 드러났고, 기증물품과 관련한 각종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그런가 하면 재단에 파견된 공무원의 수당 부당 지급, 부당노동행위와 노동탄압 등으로 얼룩졌다. 여러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지만 5·18기념재단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모두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

이렇듯 재단이 무력하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원인은 재단 이사 구성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특정 단체가 추천하는 이사가 과다하게 선임되고, 그로 인해 이사회가 민주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구조로 돼 버린 것이 오늘날 5·18기념재단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해야 할 것은 기득권과 특권 지키기에만 집착하는 이사회의 개편과 외부의 비판을 수용하는 시스템의 확립이다. 고인 물은 썩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견제와 비판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사회에 과감하게 조직을 개방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동안 5월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제기된 ‘그들만의 5월’ ‘기득권화된 5월’이라는 비아냥과 냉혹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각성과 고민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5·18기념재단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재단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단 측이 무슨 대안을 내놓든 시민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단언컨대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많은 문제들을 스스로 책임지고 풀어가는 모습을 통해 쇄신하지 않으면 5·18기념재단의 미래는 없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용약관개인정보보호방침입단신청서 내려받기상단으로
 
광주흥사단 주소 61477 광주광역시 동구 독립로226번지 13-3 (수기동 5-4)
전화번호 062)223-6659 팩스번호 062)223-4885 대표 정필웅 이메일 gjyka@hanmail.net

COPYRIGHT © 2024 gjyka.or.kr, gwangju young korean academ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