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실

자료실

농성문화의집-소설책 세 권 인생 자서전 한 번 써보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921회 작성일 07-09-13 15:16

본문

[원문보기]광주드림

소설책 세 권 인생 자서전 한 번 써보자
농성문화의 집 `어르신 자서전 만들기’




▲ 내가 사랑해온 이들을 하나둘 헤아려본다. 그리고 지금껏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함을 글로 기록한다.


 인생살이 70~80년. 풀어쓰면 누군들 소설 책 세 권 정도 안 나오랴. 삶의 길 굽이굽이 흘렸던 눈물 모아뒀다면 넘치느니 강물만 못할까.


 “그래도 돌아보니 기쁘고 즐거운 일이 더 많습디다. 이만하면 내 인생도 `작품’이지 않겠소?”

 `농성문화의 집’(관장 장금순)이 사회취약계층 교육지원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 20여 명이 인생 말년 `오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름하여 `어르신 자서전 만들기’. `우리도 꿈이 있단다’는 부제가 붙은 이 사업은 지난 6월10일 시작, 주 2회씩 진행돼 이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3개월 동안 어르신들은 유년시절부터 연애기·결혼시절 그리고 말년에 이른 삶을 담담히 진술했다. 이들은 여러 참가자 앞에서 공개발표 형식으로, 때론 편지와 고백 형식의 글을 통해 인생을 술회했다. 모든 진술은 녹취와 기록으로 정리, 한 권의 자서전으로 묶이게 된다.

 “처음엔 서먹서먹해서 잘 얘기를 안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참여하시더라구요.” 진행자 박경숙씨의 관찰담이다.

 12주차 과정인 지난 11일엔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쓰기’가 진행됐다.

 이날 어르신들은 손수 만든 편지지와 봉투에 차곡차곡 정을 새겨 넣었다.

 `사랑하는 당신’ 한 줄을 써놓고 한참 동안 뒷얘기를 써내려가지 못하는 임동님 할머니. “뭔 말을 써야 할까?”조언을 구해보지만 주변에선 장난기 어린 훈수들만 쏟아진다. “지금 세대는 `당신’이라고 안 불러. `그대’라고 써봐.” “지금껏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하씨요.”

 한평생 돌아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이는 배우자다. 가장 오랜 시간 고락을 같이 했지만, `좋아한다’ `고마웠다’는 표현 한 번 못했던 `바보들’이었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이제와 생각해보니 한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말년 더 새록새록 솟아나는 애틋함이다.

 `행여 누가 볼세라’ 연애편지 쓰듯 잔뜩 웅크린 김동원(78) 어르신이 한참 만에 편지지 한 장을 가득 채웠다.

 <6·25전쟁 때 당신 혼자 가정을 지키며 아들들을 열심히 길러줘서 잘 살고…(줄임) 모두가 당신 덕이오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이하 줄임)>

 당시 군인이었던 김씨는 전쟁으로 어지러운 혼란기 7년을 복무했다. 그 사이 세 아들을 키운 것은 홀로 남은 아내 조남옥(73)씨의 몫. 일생 지녀왔던 미안함과 고마움이 “(아내에게) 처음 써봤다’는 편지에 그대로 녹아들어 `진심으로 사랑합니다’로 끝맺었다.

 “우리 살아온 시절 참으로 고생 많았소. 당신을 사랑하오.” 문복태(75)어르신은 구구한 사설보다 한 줄 문장에 애정을 담았다.

 자서전엔 연애담도 실린다. 하지만 낭만은 먼 나라 얘기. 어려웠던 시절엔 결혼은 사랑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생존의 방편이었다.

 결혼 20일 만에 남편을 군대에 보낸 할머니는 신접생활 피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연애는 무슨?” 부모님 짝 지워준 대로 얼굴도 모른 채 부부의 연을 맺은 것도 그 시대의 흔한 아픔이었다. “처녀들이 공출 위험에 처해 있던 일제시대. 조바심 난 부모들은 서둘렀고, 배우자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짤막하게나마 스쳐갔던 로망스가 아예 없었을까. “어떻게 모든 얘기를 다 할 수 있겄는가?” “숨길 건 숨겼다”는 한 어르신이다.

 “그래도 책으로 묶인다고 하니 생각이 달라진다”는 이 어르신은 “사실대로 정확히 남겨야 할 것 같다”면서 진행팀에게 기록을 보완할 시간을 요청했다.

 `모든 인생은 소중하고,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를 증명해줄 어르신 20여 명의 자서전은 다음달 중순이면 만나볼 수 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7-09-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용약관개인정보보호방침입단신청서 내려받기상단으로
 
광주흥사단 주소 61477 광주광역시 동구 독립로226번지 13-3 (수기동 5-4)
전화번호 062)223-6659 팩스번호 062)223-4885 대표 정필웅 이메일 gjyka@hanmail.net

COPYRIGHT © 2024 gjyka.or.kr, gwangju young korean academ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