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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를 갖추고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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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워싱토니아
댓글 0건 조회 3,005회 작성일 11-05-3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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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를 갖추고 산다는 것”
 

아버지,

10여년전에 소설 '아버지'가 출간되어 읽었다.

사회와 직장,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면서도 얹혀진 삶의 무게로 항상 외로움을 숙명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버지,

사람 냄새나는 소설을 쓰고자 했다던 작가 김정현의 소설은 가족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주고, 지금도 가슴언저리를 메우고 있다.

직장과 일, 술과 그리고 가끔의 스치듯한 여자,

언제나 마음 바닥이 온통 가족들로 가득하지만 바라보는,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은 실체가 아무것도 없다.

술에 절어 늦게 돌아오는 모습일 뿐,

표현되지 못한 가족 사랑이 위선으로 치부당하는 아버지들,

그 마음의 아픔이 불치의 병으로 나타나지만 가족들은 끝내 차갑게 외면한다.

그가 그렇게 보였듯이 아주 형식적이고 위선적으로 간병을 한다.

 

그가 말한 아버지는 나이고 나의 아버지이고,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가끔은 좋은 아버지들을 미국에 와서 가끔 본다.

내면이 어떨지는 술 먹고 얘기를 안 해봐서 모르겠다.

달리 생각해 보면 미국에 사는 한국 아버지들은 오히려 오도가도 못하는 쪽박들일 거라는 생각이 더 들 때도 있었다.

 

내가 미국에 오기 두해 전에 아버지께서  심한 복통에 지방병원에서 대장수술을 해놓고 보니 대장암이었다는 소식에 급히 조카가 내과의로 있는 삼성병원으로 옮겨 항암치료를 받은 지가 올해로 10년이 넘었다.

그때가 60후반이셨다.

그후  장남인 나는 아프신 아버님을 뒤로하고 아무도 모르는 미국으로 도망하듯 왔다.

겨우 변호사 전화번호하나 들고서...

 떠나 온지 1년이 지나니 엎친데 덮친격으로 간병을 하시던 어머님이 당뇨합병증에 따른 뇌졸중으로 간신히 의식정도만 건진 상태로 병원에 입원하셨단다.

오갈 수도 없는 형편에 타들어가는 사모곡이 사무치기만 하다.

 

간병이 여의치 않아서 효자병원에 장기요양에 들어간 뒤로 돌아가실 때까지 제 몸도 편치 않으신 분이 3년여를 하루같이 12KM가 넘는 해남읍내까지 하루를 거르지 않고  어머니 간병을 하시니 들리는 소식만으로도 가슴이 아려 온다.

평소에 다감하지 못하셨던 당신들이 운명처럼 다가 온 시련에 놀라울 정도의 사랑과 애정을 보여 주셔서 자식들마저 놀란다.

 

몸도 못 움직이고, 더 이상 회생기미가 없는 어머님을 마지막 문병코자 한국에 나가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를 부르자 눈을 깜박이시더니 자식 목소리를 알아 보셨던지 감은 눈에서 눈물이 주루륵 흐른다.

아, 나도 언젠가는 이럴 때가 있겠지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 봤다.

미국으로 돌아 온 뒤 1년을 더 사시다가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혼자 남으실 아버님을 모시고 같이 미국에 왔다. 오히려 건강은 좋아 보였고,  여기 저기 미국여행을 하시지만 같이 오지 못한 어머님 생각이 나시면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다.

한 달이 지나니 갑자기 가시겠다고 하셔서 한달 반만에 한국으로 돌아가셔서 혼자 시골에서 어머니 산소 가꾸시면서 계신다.

광주에 사는 동생이 바쁜 틈틈이 매주 청소와 빨래, 찬거리를 전해주니 다른 형제들이 그나마 마음을 놓았다.

 얼마쯤 지나서 마음을 놓았던지, 친구들과 술과 담배를 하셨던지,  벌써 77세가 되셨는데 암이 재발을 해서 재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다시하셨다. 그런지도 2년이 흘렀다.

걱정도 되고 더 자주 전화를 드리게 된다.

작년 어머님 기일에 전화를 드리니 목소리가  불편 하신듯 하다.

직감적으로 동생네가 어머님 제사가지고 말썽이 난듯했다.

 

드라마에나 있는 줄 알았던 덜 떨어진 며느리 하나가 우리 집에도 들어와서 바람 잘날이 없다.

그래서 아예 제치고 살아야 서로 편하다.

살면서 ‘사람 팔자’라는 걸 생각게 만드는 '제수'라는 여자다.

양쪽 말을 들어보나 마나 대한민국을 통털어서 싸가지 1번지다.

도무지 불만이 뭔지 모르게 만들어 버리는, 문제의 중심에 더욱 덜떨어진 강남 성형외과 의사 동생이 있다.

나이차가 많이 지기 때문에 아버지 같은 형이다. 그래서 할 말이 더욱 없다.

조용조용 지낼려고 애를 써 봐도, 또 꼴에 '체면’과 ‘경우’를 차릴려고 드니 항상 말썽이 되는 것이다.

대접은 받고 싶고 궂은 일은 하기 싫고…,

요런 것들이 한국의 강남이라는 곳에 살고 있다.

장남이 미국에 있으니 재네들이 어머님 제사를 모시겠다고 해서 돌아가시고 나니 뭔가 달라졌나, 아니면 제정신이 돌아 왔나 ?

참으로 기특만특도 하구나!,  아니나 다를까,  딱 두 번 지내더니 .....,,

경우를 따져들기 전에 자신부터 한번 더 되돌아 본다.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다시 편안해 진다.

 

그래서 돌아가신 어머님 살아생전 못 오신 미국 큰아들 집을  제사로 모시게 되니

마음이 착잡하면서도 한결 편하다.

아내와 함께 아버님 모시고 한국마트에서 한국음식재료로 제사 준비를 하고 다니니

마음이 흡족해 하신다.

 

마침 오늘이 미국의 매모리얼데이, 현충일인 셈이니 어머님 기일과 공교롭다.

기억이 너무나 총총하신, 그래서 자식들 눈치나 살피는 건 아니신지,

아무리 교육이 하늘을 찌르고 아는 게 많고 돈이 많다한들 생명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천륜을 다하기는 그만큼 녹록치가 않다.

그런 일에 요란 떨 필요는 더더욱 없다.

불편함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으면 말씀하시라 하였건만 그게 본인만이 아실 일이니

그저 아내와 하던대로, 살던대로의 그대로 모심에 마음을 다하고자 하지만 ‘경우’가 될런지 모르겠다.

 

 

2011.  5.  30

 

베데스다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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