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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랑지가 질로 맛있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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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창구
댓글 2건 조회 3,355회 작성일 10-09-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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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땠어요?”
‘괜찮았어,’
‘안 봤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부부간에 25년을 살아 오면서 무슨말인들 못할까. 모임갔다가 들어서는 남편에게 건네는 첫마디치고는 결코 곱다할 수 없는 대화이다.
꼬여 들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고약하기까지 한 말일 수도 있다.

이민와서 바쁘다보니 그 맑다는 미국의 하늘을 쳐다 볼 쪽도 없이 살아오길 9년,
아침에 일찍 나갔다가 밤이 되어서 돌아오길 반복하다 보니 그렇기도 하거니와,
머릿속에 온갖 잡상념에 묶여 앞길만을 재촉할 수 밖에 다른 선택이 없었고,
언제 한번 긴 숨 코끝에 몰아 넣을 시간이 없었던 걸 오히려 다행으로 여겼으니 땅인들 제대로 밟았을까,
그러던 어느날 낚시하러 바닷가에 가기 위해서 모처럼 식구들과 집을 나섰다.
매일 다니던 그 길이 넓고도 훤하다.
없던 하늘이 높고도 푸르다. 설레임이 어린아이처럼 풍선이 된다. 옆자리의 아내도, 올해 대학에 진학한 아들도 같이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듯하다. 혼자 가게에 두고 온 딸아이가 마음에 걸리지만 자기의 봉사로 가족이 즐겁다면 그 걸 마다하지 않는다니 갸륵함에 마음 한편이 오히려 무겁다.

원래 집사람은 요란스럽지도 않지만 사람들과 잘 지내는 편이다.
그걸 자랑 삼은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더욱 불편하게 한다.
내가 말한다. ‘그게 결벽증이라는 거고, 교만한 거다’ ‘실수를 좀 하면 어떠냐’
내것은 모두 감추고 남의 얘기만 듣겠다는 놀부심보만 모이면 어떻게 될까, 전혀 섞여질 방법이 없다. 당신의 지적처럼 나같은 푼수도, 또한 정도만 심하지 않다면야 남의 말꼬리 잡고 댕기질을 좀 친다해도 사람사는 곳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 아니겠나.

낚시터에 도착하니 아는 얼굴들이 많은 가운데 나이 육십중반쯤 보이는 노년부부가 같이 했다. 두분다 얼굴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말없이 낚시에 열중이신 노신사옆에 단아하게 앉아 있어야 그림다운 그림이 그려질텐데,
이제 겨우 오전 한참때가 지났을까 말까한 시간부터 졸졸졸 따라 다니면서 집에 가자고 졸르는 노부인의 모습이 한적한 낚시터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그런데 낚시도 관록인지 이 노신사에게만 유독 큰 고기가 계속 올라오는 걸, 고기가 끌어 올려질 때마다 모여있던 40여명이 환호성인데 오직 한분은 또 불만이다. 갈려고 하는데 자꾸 남편에게서만 대어가 올라오니,
잡아올린 너덧마리를 회를 쳐서 같이 온 일행들과 한점씩 나누자는 노신사의 위엄있는 말에
드디어 폭발직전이다. 그래도 어쩌랴 두분만 있는 것도 아니고, 동그래진 여나무명 손주같은 젊은이들에 둘러싸여서 능란한 솜씨로 회칼을 잡아 돌리는데, 그러면서도 투덜거림은 계속해서 고기비늘속을 파고든다.
이윽고 썰어진 싱싱회 한점씩을 게눈 감추듯 하자,
노부인 두리번거리면서 남편을 찾더니만 한마디 하신다. “꼴랑지가 질로 맛있는디”
바닷모임이 끝나고 다시 평온해진 모습으로 돌아가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평화를 본다.
쉴사이 없이 잔소리(?)를 하지만 가볍게 웃어넘기는 모습에서 여유와 경륜을 배웠다.

어느 한 때는 그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좋게 말해서 부창부수다. 어느날 교회에서 아내교실을 열고 아내의 십계명이란걸 보고는  그 친구 말하길 우리집 사람에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프로그램 자체가 무의미 하단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깜짝이다.
남편이 하는 일은 무엇이던지 옳다. 생각도 판단도 손짖하나 발걸음마저도 ‘남편이 결정하면 나는 따른다’ 이다. 대단한 카리스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뭇 남편들은 반응이 각양이다. 마냥 부럽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바뀌어 가고 있는 내 모습에 내가 놀란다.
“방안퉁수”라는 말이 있다. 요즈음 말로 하면 ‘마마보이’같은 말이다. 집안에서 떠 받들다 보니 무서울 게 없었다. 뭔가 필요하거나 불만이 있으면 그냥 퍼질러서 울어 버리면 해결이 된다. 그 기세와 자신감이 문밖을 넘지 못한다.
동반모임에서 돌아오는 길에 꼭 되짚어준다. 오늘 어떤말 실수한 건지 아느냐고,
혼자 나갔다 오는 날엔 여지 없이 되묻는다. ‘오늘 말 많이 했소?’
오늘도 어딘가 혼자 갈 수밖에 없는 남편 뒤에다 대고 ‘말 많이 하지 마시오’ 하는 아내의 참견이 기분 나쁘지가 않다.

2010.  9.  13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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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순님의 댓글

장금순 작성일

어려운 시절은 저리가라~
이젠 여유있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네요~
글을 읽고 마지막 사진보니 '가족이 이런거구나'하는 생각이 납니다.
한국에 오실 수 있다면 11월 27일이 참좋은 날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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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님의 댓글의 댓글

강창구 작성일

우여곡절을 말로 다 할 수가 있겠습니까.
엊그제 건너온 지 8년 반 만에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부평초처럼 떠 있었던 세월이었죠.
하지만 지나 놓고 보니까 할 만한 고생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특전사정신으로 40중반이 넘어서 파부침선의 마음이었는데, 점차 좋아졌고, 앞으로도 더욱 맹진하겠습니다.
단우님도 문선생님하고 동부여행길에 들르셔서 묵고 가시지요.
최대표님도 언제나 오시려나....,
11월 27일이면 창립기념식 ?  모두 모이시겠네요. 현재로선 계획이 없지만 무지 반가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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