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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칼럼-최영태 : 콜총리와 이명박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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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493회 작성일 09-07-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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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2009년 6월 한겨레신문 칼럼에기고된 글입니다 -

< 콜총리와 이명박 대통령 >
 
 
옛 서독의 기독민주당과 남한의 한나라당 모두 야당 시절 경쟁자인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과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맹렬하게 반대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민당 출신 헬무트 콜 총리와 한나라당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후 전임자들의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를 드러냈다. 서독의 콜 총리는 1982년 집권 후 야당 시절과는 달리 동방정책의 기조를 착실하게 계승하였다. 취임 직후 동독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고, 재임중 동·서독 정상회담을 열었으며,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해 나갔다. 브란트의 계승자인 헬무트 슈미트보다 반대자였던 콜이 오히려 동방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지금 남북한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어렵게 이룩한 남북한 사이의 교류와 협력정책은 거의 정지된 상태이고,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보수세력은 이 파국의 책임을 핵개발로 상징되는 북한의 배신 행위에 돌리고 있다. 일리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동방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동독은 총리실에 스파이를 침투시켰고, 이로 인해 브란트 총리는 불명예 퇴진까지 했지만, 브란트의 후임자들인 슈미트나 콜 총리는 동독의 그런 배신 행위를 이유로 동방정책을 폐기처분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핵개발 시도는 국가경영에 실패한 북한 지도부가 막다른 골목에 처한 북한 체제와 정권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똑같은 수준에서 티격태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군사정부 시대의 대북 대결정책은 냉전구도 아래에서 관성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결정책은 이미 쌓아놓은 성과를 무너뜨린다는 측면에서 파괴적 성격이 강하며 군사정부 때보다 더 퇴행적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는 봉쇄정책을 통한 김정일 정권의 붕괴와 흡수통일 정책에 미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지도 의문이지만, 그들의 희망대로 김정일 정권이 무너진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선뜻 그들의 운명을 맡기려 할까. 수백만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저런 구차한 핑계를 대며 식량지원마저 끊어버린 남한에 과연 같은 민족 운운하며 통일하자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1989년 동독 주민들이 서독에 손을 내밀었던 것은 브란트부터 콜 정부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꾸준히 추진한 동·서독 화해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결정책 그 자체도 잘못된 것이지만, 만에 하나 북한에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지금의 대결정책을 이유로 남한에 등을 돌린다면, 혹시라도 남한보다는 중국에 더 기울어지는 선택을 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지도부와 함께 우리 민족사에 큰 죄를 저지른 지도자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보다 김구 선생을 더 존경하고 고대사를 소재로 한 사극에 흠뻑 빠지곤 하는 우리 국민들은 세계 어느 국민들보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방 후 가장 퇴행적 대북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란다면 콜 총리가 통일 전 추진한 대동독 화해정책을 꼭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 최영태 전남대 교수·역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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