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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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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워싱토니아
댓글 1건 조회 3,373회 작성일 12-09-0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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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의 미학

나는 날마다 악수한다. 그것도 아침저녁으로, 아침에 하는 악수는 오늘도 타이어 많이 팔아보자는 다짐이요, 저녁에는 정말로 수고했다고 일일이 한다. 바쁘다고 그냥가면 다음날 아침에 ‘너 어제 삐졌냐,’고 되묻는다.
악수하기를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여자가 먼저 청하지 않으면 낯선 여자분에게 악수를 먼저 청하는 것이 결례요, 손위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인사라고 배웠다.
미국에 와서 보니 물론 여기서도 섬세한 예절이 있을 것이지만 별로 느끼지 못한다. 악수정도는 아주 점잖은 제스츄어다. 아주 조그만 꼬마하고도 악수는 기본으로 한다.
조금만 가깝다고 느끼면 허그를 한다. 정면이 아니고 비켜서 껴안기 때문에 실제로는 많은 스킨쉽까지는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씩은 볼터치까지도 하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한미양국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 봤더니
한국은 오른손잡이 88%, 왼손잡이 4%, 양손잡이 8%
미국은 오른손잡이 70%, 왼손잡이 12%, 양손잡이 18%, 그런데도 미국에 와서 보니 왼손잡이가 더 많아 보인다. 분명 착시현상이다.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어려서부터 왼손잡이를 교정하려고 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악수를 할 때는 대부분 오른손으로 한다. 악수는 서양에서 먼저 시작했던 예절이다. 평화와 친교의 표시였다. 혹자는 상대방에게 무기가 없다는 신뢰와 우호표시라고도 한다는데 그럴듯하다. 헤어질 때도 악수를 한다. 그냥 손만 흔드는 것보다는 깊은 연대감을 확인하는 셈이다.

한국정치인들 때문에 손을 맞잡는 자연스러운 악수가 수난이다. 온갖 부자연과 형식과 겉치레가 붙는다. 선거때만 되면 손에 붕대까지 감고 누가 내밀든지 말든지 볼성사납게 악수를 하고 돌아다닌다. 특히 냄새 나는 시장통을 더 즐겨 찾는다. 악수하려는 당사자가 서로 맞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TV에서나 살짝 보던 사람과 붕데 감은 미라 같은 손이 나마 잡아보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걸 누가 말리리오.
그런데 이번에는 앞뒤 안 가리기로 하였나 보다. 당신들이 어떻게 생각든 말든 무조건 방문하고 본다. 10년, 아니 수십년 응어리와 한을 주었던 당사자가 어느 날 찾아와서 화해하자고 찾아왔다.  청해오는 악수를 거절할 수도 있다고 충분히 계산을 했다.
공개적으로 청해오는 악수를 거절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거절하는 사람의 수십년 썩어 내렸던 속내는 알아보려고도 않고, 거절한 그 자체만를 놓고 평가하는 게 인심이고 심리라는 걸 계산에 두었다. 특히 당사자들과 이해관계가 없는 자들이 보면 더욱 그렇다. ‘중도‘라는 것들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박근혜에 대하여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잘한 일이다’는 평가가 서글픈 이유이다.

전태일재단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는 순간 악이 치밀어 오르기까지 했다. 잘 거절했다.
수십 년의 응어리를 그런 잔머리로 풀려고 하다니.
전태일은 편지를 썼다. 하루 15시간을 12시간작업으로, 건강진단을 받게 해 달라고, 당신들이 만든 근로기준법을 지키도록 해 달라고, 그런데 그게 모기소리만큼이라도 들렸을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22세 꽃다운 나이에 산화하고 만다.
그렇게 일군 나라를 ‘누가 발전시켰다고 ?’  더러운 네 면상에 침을 밷고 싶다.

오늘도 종업원들과 더러워진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서로의 더러운 손, 그 손을 아침저녁으로 맞잡은 가슴은 그래서 숭고하다.  손님들과는 예의상 손이 더러워서 주먹을 쥐고 부딪친다. 허옇게 웃는 그들과 이렇게 나누는 게 악수라는 것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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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훈님의 댓글

문병훈 작성일

강창구 단우 지난번 월레회때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멋진 한국말로 좋은 글 올려주셨지만 누가 이 글을 쓰는지 궁금했었습니다.
추석입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문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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