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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청소년문화의집 사무국장 홍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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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
댓글 0건 조회 2,350회 작성일 16-10-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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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행문은 8월 27일~28일에 광주흥사단과 대구흥사단이 함께하는 영호남 교류후에 쓰여진 기행문이다) 

    내 생애 첫 대구!

결혼한지 8년이 됐지만 어린 아이가 둘이다 보니 단 한번도 가족끼리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광주흥사단에서 대구행을 계획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기회에 도전해보자 싶어 아침 잠에 취한 아이들을 깨워 대구행에 몸을 실었다.

폭염이 최고였다는 올 여름, 대한민국에서 제일 덥다는 대구로 가는지라 살짝 겁먹었는데, 나의 첫 대구행을 알아챘는지 광주-대구 고속도로 확장개통으로 가는 길도 시원시원했고, 대구의 날씨 또한 이른 가을바람이 불어 우리 가족을 반기는 듯 했다.

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하다고들 하는데 대구에 도착하마자 우리를 반기는 대구흥사단 사무처장님의 구수한 대구사투리 인사가 나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듯 했다.

대구 흥사단의 안내에 따라 첫 발걸음을 뗀 곳은 허기를 달래줄 찜갈비집이었다.
허기진 터라 맛난 메뉴가 반가우면서도 전라도 음식에 길들여진 내겐 경상도의 음식이 전라도와는 다르다는걸 워낙 많이 들었던지라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들어온 찜갈비는 낮부터 소주를 생각나게 하는 달콤매콤한 맛이었다.
특히 절임배추에 고기쌈을 싸먹으니 새콤한 맛까지 더해져 배추를 주문하고 또 주문했더랬다. 세 살, 여섯 살 아이들도 고기를 물에 살짝 씻어주니 맛있어하며 연신 “또줘, 또줘” 하는게 아닌가. 경상도 음식에 대한 내 편견을 단번에 깨버리는 첫 음식이었다.

부른 배를 잡고 향한 첫 투어는 청라언덕을 포함한 여러 근대유적이 있는 근대로였다. 그곳에서 근대로 해설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구 흥사단 단우라고 하니 더더욱 반갑고 기대가 됐는데, 역시 흥사단 사람 특유의 매력이 있는 분이었다.

청라언덕에 들어서자마자 청라언덕 노래를 합창하게 하시고 맛깔나는 해설로 우리의 정신을 쏙 빼놓으시니 모델하우스 설명 듣는것마냥 한곳한곳 구석구석 들여다보게 되었다.
광주에도 광주의 근대를 상징하는 마을인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이 많이 알려졌는데 대구의 근대로가 광주의 양림동 같은 분위기였다. 선교사 사택이 있고, 옛것을 복원하거나 보존한 고택도 있어서 두 지역이 닮은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 멋진 장면은 청라언덕에서 계산성당 가는 돌계단길에서 내려다본 근대로 일대의 모습은 ‘이곳이 내가 처음 온 곳인가?’ 싶을 정도로 낯설지 않았던, 두고두고 생각나는 한 장면이다.
대학에 들어가서 첫 강의를 하셨던 교수님이 강의 얘기는 하지 않으시고 대뜸 김광석의 노래를 들려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광석이 누군지 잘 몰랐는데 홀로 의자에 앉아 기타를 튕기며 시인 듯, 넋두리인 듯 노래를 부르는 그 영상이 인상적이어서 김광석을 찾아봤고 그후로 김광석의 노래를 즐겨듣게 되었다.
어렴풋이 대구에 김광석에 관한 뭔가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번 대구행에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의 여정이 준비되어 있었다.
좁고 긴 골목에 김광석을 추억하는 벽화와 노래, 동상 등 여러 풍경들이 펼쳐져 있는데 참 새로웠다.
여느 사람들처럼 걸으며 벽화 구경하고 사진찍느라 그 길을 금새 걸어버렸는데 문득, 세상을 뜬지 20년이나 된 바람과도 같은 김광석이 대구인들에게 어떤 의미이길래 김광석 이름을 딴 길까지 조성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일찍 또다른 대구의 맛이라며 우리를 안내한 곳은 육개장집이었다. 전날의 숙취도 있고 내가 육개장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대구의 육개장은 어떤 그림일까 궁금했는데 와~!! 또한번 소주를 부르는 그 국물. 그 시원개운칼칼달달한 맛에 소주를 마시지 않으면 육개장한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아침 9시부터 소주를 들이켰더랬다. 분명히 고기가 있는데 개운하고, 칼칼하게 매운데 달달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국물임에도 시원한 그 묘미. 무엇보다 육개장의 화룡점정인 어마어마한 대파! 두고두고 기억나는 그 맛, 오늘처럼 술마신 다음날은 어김없이 생각이 난다.

나는 태어나기를 전라도에서 태어나고 30여년을 내리 전라도에서 살았던지라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에 시나브로 젖어들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대구에 대해 가볼 생각을 못해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내생애 첫 대구행은 우리를 맞아준 사람이며, 음식이며, 추억까지 고스란히 새로운 생각을 안겨주는 시간이었다.
대구에는 내가 이번에 가보지 못한 명소도 많고 먹어보지 못한 맛난 음식들이 더 많다고 들었다.

다음 대구행을 또 기약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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